기부액보다 더 큰 절세 효과···슈퍼리치들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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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IPS, 기부약정 억만장자 62명 분석 결과

생전 전재산의 상당 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속도’보다 ‘재산증식속도’가 빨라서이기도 하지만 억만장자들이 기부를 ‘가족재단’에 하면서 절세와 현금축적 효과를 누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29일 미국의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가 최근 발간한 ‘부자들의 기부'(Gilded Giving) 보고서를 보면 자선단체 ‘기빙 플레지’에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 62명의 재산은 2010년 3,760억달러(약 447조1천억원)에서 올해 7월 현재 7,340억달러(약 872조9천억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10년간 재산이 1,783% 증가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9명의 억만장자는 재산 증가율이 200%를 넘었다. 억만장자들 재산을 추산하는데는 현재의 통화가치가 적용됐다.

기빙 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IPS는 기부를 약속한 억만장자의 재산이 늘어난 데는 이들이 재산을 늘려가는 속도가 ‘기부 한계’를 넘어서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줬지만, 주된 이유는 억만장자들이 가족이 설립한 재단 등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DAF)에 기부하면서 세금을 덜 내고 궁극적으로는 현금을 쌓아두는 효과를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부자조언기금은 기부자가 자신이 기부해 조성한 기금의 운영 방향 등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IPS에 따르면 미국 전체 자선기부액 가운데 현장 자선단체가 아닌 재단에 기부된 자금의 비율은 1989년 4%에서 2019년 12%로 높아졌다. 또 감세 혜택을 받는 사립재단은 2005년 7만1,097개에서 작년 11만9,791개로 68% 늘었으며 이들의 자산은 같은 기간 5,510억달러에서 1조2천억달러로 118% 증가했다.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된 돈은 2014년 200억달러(약 23조)에서 2018년 370억달러(약 43조원)로 86% 늘었다.

IPS는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한 매켄지 스콧을 ‘기부의 모범’으로 꼽았다. 사립재단이나 기부자조언기금에 기부하지 않고 현장 자선단체에 직접 돈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스콧은 28일 이혼합의금 가운데 17억달러)를 인종평등과 환경보호 등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116곳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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